<열람실 설치 건의에 대한 도립도서관의 입장>

안녕하십니까?

도립도서관을 시범운영한 지 10일이 지났습니다.

  어제까지 방문 도민은 7천명(1일 평균 900여명)을 넘어섰고 도서대출도 4천권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약간의 시설 미비와 서비스 준비 중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도민들
께서 도서관에 오셔서 책을 읽고 대출해 가신데 대해 고맙게 생각합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도서관 이용과 관련된 개선사항이나 불편한 점을 듣기
위해 설치한 ‘도서관에 바란다’에 지속적으로 열람실(공부방) 설치 의견이 제기되
고 있는 점입니다. 열람실 설치와 관련해서는 이미 몇차례 도서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만 보다 명확하게 도립도서관의 정책방향을 알려드리고 이해와 동의를 얻고자
합니다.

  우리 도립도서관은 도서관법상 지역대표도서관입니다. 지역대표도서관은
전라남도와 시군의 도서관 정책을 발굴․시행함으로써 도민들께서 책과 보다
친숙하게 생활하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책 읽는 습관과 문화를 형성하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개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국적인 도서관 학계 전문가들과 이미 도서관을
운영하고 계신 전문가들, 도서관을 주로 이용하실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였습니다.
그 결과 열람실 별도 설치가 다수 도민들의 책 읽기를 도와주기보다는 일부 학생
들과 입사 준비생들의 편의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별도 설치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졌습니다.
 다만 대안으로 자료실에 공부할 수 있는 좌석을 다수 확보하는 것으로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하였습니다.

 따라서 마치 일부 시군 도서관과 공공도서관에서 이미 열람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제 신설된 도립도서관에서 열람실을 설치하지 않는 것은 큰 정책적 잘못이나 되는 것처럼 의견을 올리신 것은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전라남도의 정책은 도민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가치가 충돌되었을 경우에는
소수보다는 다수를 위한 방향, 미래지향적인 정책방향이 무엇인가를 염두에 두고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불편이 마치 여러 사람의 불편인 것처럼, 또한 더 나아가서 다수의 불편인 것처럼 몰아가서는 안될 것입니다.

사실 열람실 설치 건의와 함께 반대의 의견도 일부 제기되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와서 편하게 책도 읽고 주변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지인들과 책과 관련된 대화도 좀 나누고 있는데 일부 공부하시는 분들께서 조용해 주시라고 주의를 주어서 불편하였다는 내용 등입니다. 자신이 바라는 도서관의 모습이 아니라는 의견이었습니다.

열람실 설치 여부는 도서관이 누구를 위해, 아니 어떤 분들을 위해 존재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가의 선택과 집중, 정책 방향 선택의 문제입니다. 열람실 설치를 요청하시는 분들의 의견도 소중합니다만 여러 가지 검토를 거쳐 보다 많은 도민들이 도서관을 편하게 이용하고, 도서관이 사설독서실과 같이 운영되어서는 안되고 열린 문화공간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미래지향적인 정책방향도 소중하게 존중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거듭 열람실 설치를 요청하시는 분들께 정중하게 부탁드립니다. 책을 사랑하시는 다른 도민들과 함께 도립도서관을 이용하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새로 만들어진 도서관에 사설독서실과 같은 열람실을 만들었을 때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서도 유의해 주십시오. 도립도서관이 지향하는 가치와 정책방향에 대해서도 존중해 주십시오. 민주주의는 나의 의견과 동등하게 상대방의 의견도 존중해 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고 정책방향 선택의 문제이고 상호 존중과 이해의 문제입니다.

또한 우리 도서관은 열람실 설치와 관련된 추가 의견에 대해서는 앞으로 정책방향 변경을 위한 별도의 검토를 시행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여러 가지 검토를 통해 이미 결정된 사항에 대해 조변석개식으로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도민을 위한 행정도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을 널리 이해하셔서 도립도서관이 도민의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여 주실 것을 거듭거듭 부탁드립니다.